
올해의 마지막 날, 저는 회사에서 정산근무를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달력을 보며 “그래도 마지막 날은 조금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작은 기대를 품었던 마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그냥 퇴사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비슷한 기분을 느껴본 분이 계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시간이 흐르며 저 자신이 변한 걸까요.
예전에는 회사가 시키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회사 생활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당연한 태도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가끔 질문이 생깁니다.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걸까?
이렇게 일하는 방식이 정말 맞는 걸까?
■ 나이가 들수록,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게 힘든 이유
저는 그 이유가 단순히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이제는 분명히 알기 때문입니다.
어떤 말이 상처가 되고, 어떤 태도가 존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아지고
그만큼 실망하거나 상처받는 일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일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기준과 결정 안에 자신을 맞추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젊을 때는 그 기준 속에서 스스로를 확장시키는 게 가능했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더 작게 만드는 조직의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나답게 살고 싶다.’
‘다음 10년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
‘내 삶에서 일이라는 영역이 전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퇴사하고 싶다는 마음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마음 안에는
나를 지키고 싶은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참고 버티는 것만이 성실함의 기준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으로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것 역시
어떤 사람에게는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닐 것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부터 사회적 시선까지,
가볍지 않은 고민들이 따라붙으니까요.
그래서 바로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마음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렇게 약해졌지?”
“왜 예전 같지 않지?”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는 약해진 것이 아니라,
무엇이 소중한지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 일은 삶의 전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에게
조금은 따뜻하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고했고, 참 많이 견뎠다”고.
그리고 만약 언젠가 회사를 떠나게 되더라도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또 다른 시작이 가능하다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일하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겠지만
더 이상 일만을 위해 인생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고,
내가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면
그 길을 언젠가 꼭 찾아보고 싶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날, 정산근무 지시를 듣고 마음이 무너졌던 순간도
어쩌면 저에게 주어진 하나의 신호일지 모릅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지,
이제는 방향을 바꿔도 괜찮을지를 고민해보라는 신호.
새로운 해에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나다워지고,
조금 더 잘 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위로로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언제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은 내 삶의 전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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