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이 눈치보이면 직장을 졸업해야지.”
이 말은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과격하게 느껴졌지만, 직장생활을 오래 해보니 그 속에 담긴 현실적인 메시지가 점점 더 크게 다가옵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 누가 먼저 일어설지 서로 살피는 공기, 눈치를 보며 마우스를 천천히 움직이는 손. 이런 순간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무엇을 위해 하루를 소비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내 시간이 존중받는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라는 공간에서 보냅니다. 본업을 하고, 회의를 하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하루를 채웁니다. 그런데 정작 하루의 마무리를 짓는 그 짧고 소중한 순간조차 눈치를 보며 보내야 한다면, 그 직장은 이미 나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퇴근은 단순히 ‘일이 끝났다’라는 의미를 넘어서, 내 삶으로 돌아가는 출발점입니다. 집으로 돌아가 몸을 쉬게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를 나로 살게 하는 중요한 회복의 시간이지요.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시간을 얻기 위해 괜히 눈치를 봐야 하는 직장은 결국 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나도 모르게 내 시간이 깎이고, 나의 하루는 회사 중심으로만 돌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일의 의미도 흐려지고, 결국 회사가 내 전부가 돼버린 듯한 착각 속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어떤 회사든 바쁠 때가 있고, 가끔은 조금 더 힘을 내야 하는 시기들도 있습니다. 그런 시기가 잠시 찾아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문화’가 되고 ‘규칙’이 되며, 퇴근하는 것 자체가 미안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런 조직에서 성실함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개인의 삶은 점점 뒤로 밀려납니다.
그리고 결국 그 피해는 직장인이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퇴근 눈치를 보는 삶은 결국 ‘내 시간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삶’입니다.
성실하게 일했다면 당당하게 퇴근할 수 있어야 하고,
업무 시간을 채웠다면 그 이후의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당연한 권리인데도 많은 직장인들은 이것을 오래 참고 견뎌냅니다.
“그냥 조금만 더 버티면 되겠지.”
하지만 그 ‘조금’이 몇 달이 되고, 몇 년이 되며, 결국 삶 전체를 잠식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퇴근이 눈치보이는 순간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나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내가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가라는 조용한 안내라고.
회사를 그만두라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어떤 조직에서 일해야 하는지 다시 판단하라는 뜻이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직장을 ‘졸업한다’는 표현이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회사와 관계를 맺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더 이상 나를 지켜주지 못할 때,
새로운 방향을 고민해보는 것이 어쩌면 더 건강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퇴근 시간에 괜히 주변 눈치를 살피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성실하게 일한 하루라면,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일어서도 됩니다.
그리고 만약 그 작은 행동조차 어려운 직장이라면,
그건 당신이 떠나야 할 이유가 아니라,
당신이 더 나은 곳을 찾을 자격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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