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일하다 다쳤다고 해서 모두가 ‘산재(산업재해보상보험)’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업무 중 일어난 사고인데도, “개인 부주의 아니냐”는 말 한마디에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묻게 됩니다.
‘일하다 다친 건데, 왜 내가 증명해야 할까?’
우리 사회에서 ‘업무상 재해’라는 단어는 아직도 조금은 멀게 느껴집니다.
뉴스에서나 등장하는 법적 용어 같지만, 사실은 모든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일상의 권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막상 다쳤을 때 산재 신청을 망설입니다.
‘회사에 피해가 갈까 봐’, ‘눈치 보일까 봐’, 혹은 ‘내 잘못일지도 모르니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이런 걱정을 조금 덜어도 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근간은 **‘무과실 책임주의’**에 있습니다.
이는 쉽게 말해,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지 않고, 업무와 관련된 사고나 질병이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즉, 근로자가 일터에서 다쳤다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죠.
이 원칙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입니다.
현장에서의 위험은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모든 실수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과실 책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업무와의 인과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출퇴근 중 교통사고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정신적 질환의 경우, 그 원인이 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산재 신청에는 많은 서류와 절차가 따릅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이 과정이 길고 복잡해서, 많은 근로자들이 중간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복잡함이 또 다른 상처로 남기도 하지요.
제도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고, 만약 다치더라도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그러나 현실에서는 ‘산재 신청=회사와의 갈등’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근로자는 “나만 조용히 넘어가면 될까” 하는 마음을 품게 되고, 결국 제도의 보호망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됩니다.
산재는 결코 ‘특별한 사람들만의 제도’가 아닙니다.
하루하루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내가 일한 공간, 내가 수행한 업무, 그 속에서 다친 몸과 마음은 제도의 언어로 보호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그 한마디가, 제도를 움직이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제도적 기반 위에서, 우리는 점점 더 안전하고 인간다운 일터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는 일은 단순히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다친 몸을 보듬는 것은 곧,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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